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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후감] 주기율표 속에 숨겨진 이야기
    인문/책 2019. 5. 24. 22:07

    책 제목

    (주기율표에 얽힌 광기와 사랑,

    그리고 세계사)  사라진 스푼

    지은이

    샘 킨

    출판사

    해나무

    주기율표 속에 숨겨진 이야기

    - (주기율표에 얽힌 광기와 사랑, 그리고 세계사) 사라진 스푼을 읽고

     

    사라진 스푼. 숟가락이 어떻게 사라질 수 있을까?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나의 호기심을 불러왔다. 미리 말하자면, 이 책의 74쪽에 나오는 화학적 장난을 모티브로 하여 지었다. 그 장난에 대해 그대로 옮겨 보자면, 갈륨은 실온에서 고체이지만 29.8도에서 녹기 때문에, 그것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으면 녹아서 수은처럼 변한다고 한다. 그래서 갈륨은 화학 전문가들이 사람들에게 장난치고 싶을 때 선호하는 물질이 되었다. 알루미늄처럼 보이고 원하는 모양으로 쉽게 만들 수 있는 갈륨으로 찻숟가락을 만들어 뜨거운 차와 함께 손님에게 내놓는 방법이 많이 쓰인다고 한다. 부록에서 Youtube에서 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기에 찾아보았더니 정말로 숟가락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놀랍기도 하고 재미있었다. 마치 고드름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듯이 갈륨이 녹아서 숟가락에서 뚝뚝 떨어져 나갔다.

    이렇듯 이 책에서는 주기율표에 나오는 모든 원소를 일일이 추적하면서 원소 각자 나름의 흥미롭고 기묘하고 섬뜩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간다.

    내가 처음 주기율표를 맞이한 건 중학교 2학년 때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1번부터 20번까지 외웠다. 학교에 계신 과학 선생님들은 그 주기율표가 뭔지 자세히 설명은 안 해주시고 외우게만 시키셔서 그때는 별 감흥이 없었다. (그렇다고 학교 선생님들을 욕하는 것은 아니다. 단언컨대, 중학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은 과학 선생님이다.) 이 책 맨 앞에서는 비어있는 주기율표를 보여준다. 그러고는 무엇처럼 보이는가?’ 라고 질문을 던진다. 이미 주기율표가 머릿속에 인식되어 있는지, 그냥 그랬다. 책에서는 양쪽 끝에 탑이 우뚝 솟아있고, 그 사이의 윗부분은 석공들이 공사를 하다 만 것처럼 휑하게 비어있다라면서 성에 비유하고 있는데 이 비유가 너무 재미있었다. 생각해보니 마치 성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런 간단하게 사고 할 수 있는 것을 시작으로 첫 말머리를 열었다.

    주기율표를 완성하려면 원소에 대해 알아야 한다. 과학자들이 원소가 실제로 무엇인지 파악하기까지는 기원전 400년경의 고대 그리스로부터 1800년경의 유럽에 이르기까지 무려 2200년이 걸렸는데, 거의 모든 원소가 쉽게 변하는 성질이 있는 것이 하나의 원인이었다고 한다. 중학교 2학년 때 원소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였는데, 교과서에 나와 있는 원소에 대해서 몇 분 만에 이해하고 넘어갔던 기억이 있다. 지금 그 교과서에 나와 있기까지의 과정이 무려 2200년이나 걸렸다는 것에 놀랐다. 물론 교과서 에서는 원소에 대해 깊게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드리트미 멘델레예프는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주기율표를 창시한 사람이다. 멘델레예프의 강력한 경쟁자인 율리우스 로타르 마이어와 그 전에 주기율표를 발표한 네 명의 화학자를 물리치고 압도적인 평가를 받은 것인가? 첫째로, 멘델레예프는 원소가 지닌 성질은 조건에 따라 변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변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고 한다. 두 번째로는, 다른 사람들은 원소들을 주기율표의 가로·세로줄에 배열해 보는 데 그쳤지만, 실험실에서 살다시피 한 멘델레예프는 원소들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으므로 그것들을 구분해서 잘 배열하였다고 한다. 더 나아가 그 당시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원소들의 밀도와 원자량까지 예측하여 과감히 그 자리를 비워두었는데 나중에 실제로 그런 특징을 가진 원소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멘델레예프는 화학에 미친과학자인 것 같다. 멘델레예프가 만든 초기의 주기율표는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주기율표의 모양과는 많이 다르지만, 연구에 연구를 더해 주기율표의 빈 곳을 채웠고, 완성된 주기율표로 지금 우리는 화학을 손쉽게 배우고 있지 않은가? 멘델레예프의 업적은 아인슈타인이나 다윈과 같은 사람들의 업적과 비교하여도 손색이 없으리라 생각이 든다.

    항상 란탄족이 왜 주기율표에서 따로 때어져 아래에 배치되어있는지 궁금했다. 따로 떼어내 배치한 이유는 주기율표의 형태를 보기 흉하게 한 뚱뚱한 것에서 날씬한 것으로 바꿈으로써 다루기에 편리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자연에서 란탄족원소는 항상 다른 원소들과 함께 섞여 존재하기 때문에 순수한 상태로 보기가 불가능하다. 한 화학자는 원자번호 69번인 툴륨(Tm) 분리를 시도한 적이 있었는데, 15000번이나 정제하여 수백 kg에서 수십 g의 툴륨밖에 얻지 못했고, 수십 g의 툴륨에는 아직도 다른 원소가 약간 섞여 있는 상태였다. 이것은 얼마나 미련한 짓인가! 내가 그동안 봐왔던 화학 실험 중에서 가장 미련한 실험이라 생각한다. 물론 순수한 란탄족 원소가 궁금하기는 하다. 그렇다 해도 이런 끝도 없는 실험을 하는 데에는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이 투자되는가. 한편으로는 그래도 이런 사람도 있어야지 화학발전이 일어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누가 아는가? 실험 중에 또 다른 사실을 발견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주기율표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마치도록 하고, 원소에 얽힌 인상 깊었던 재미난 뒷이야기들을 해보려 한다.

    미국의 물리학자 길버트 루이스는 원소들의 화학적 행동을 좌지우지하는 전자의 작용방식과 원자들 사이의 결합을 밝혀내는데 큰 공을 세웠다. 그의 전자 연구는 특히 산과 염기에 관한 많은 사실을 밝혀내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루이스는 산과 염기 분자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자세히 밝히는데 거의 평생을 바쳤다고 전해진다. 현재 과학자들은 루이스의 개념을 이용하여 얼마나 강한 산을 만들 수 있는지 그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원소를 발견하였다. 바로 원자번호 51번인 안티몬(Sb)이다. 안티몬을 기반으로 한 산은 유리까지 부식시킬 정도로 강산이라고 한다. 유리까지 부식시켜 유리병에 못 담을 정도라 하니 산이 얼마나 강한지 대충 짐작이 간다.

    지금 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재미난 이야기가 아닌 조금 우중충한 이야기이다. 화학I 맨 처음 부분에 하버-보슈법이 소개된다. 나는 그저 합성이 힘든 암모니아를 합성해낸 위대한 사람이라 기억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완전히 생각이 뒤바뀌게 되었다. 프리츠 하버는 역사상 위대한 화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고 한다. 하버는 공기 중의 질소를 고온으로 가열하여 수소기체를 약간 집어넣고, 압력을 높인 뒤, 오스뮴을 촉매로 첨가하여 인공 비료인 암모니아로 합성해낸 위대한 인물이다. 여기까지만 생각해보면 위대한 과학자로 남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은 비료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값싼 암모니아를 만드는 방법을 추구한 진짜 이유는 독일의 질소 폭발물 생산을 돕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나는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나는 과학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가장 못된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교과서에 나오는 인물이 이런 악행을 저지르기 위해 암모니아를 합성했다는 것을 듣는 순간 한동안 나는 충격의 도가니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다음으로 소개할 원소는 원자번호 43번인 테크네튬(Tc)이다. 테크네튬은 그리스어로 인공적이라는 뜻이다. 테크네튬은 최초의 인공 원소였기 때문에 아주 적절한 이름이다. 그렇지만 이 테크네튬이 발견되기까지는 말이 많았다. 43번 원소만큼 최초로발견했다는 주장이 많이 나온 원소는 없다. 왜냐하면, 항상 발견하는 족족 43번 원소가 아닌 77번 이리듐(Ir)이거나, 41번 니오브(Nb), 39번 이트륨(Y)이었다. 오랜 연구 끝에 1937년에 가서야 두 이탈리아 과학자가 43번 원소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참으로 재미있지 않은가? 발견되는 족족 43번 원소가 아닌 다른 원소였으니 말이다. 43번 원소를 뒤쫓는 사도들에게는 멘델레예프가 42번부터 44번까지 빈칸으로 남겨두었다는 소식이 반가웠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더 기대를 품고 실험에 임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만약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가 잘못되었었다면, 몇십 년 동안 이 사람들은 헛고생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다행히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는 잘 맞아떨어졌지만 말이다.

    이렇게 여러 원소에 담긴 재미있는 이야기들과 재치 있는 표현들로 읽는 데에 즐거움을 주고, 독자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하는 재미난 책인 것 같다. 1번부터 20번까지의 원자가 아니라, 그 밖의 원자들 이야기도 소개하고 있어서 생소한 원자들도 알게 되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고등학교 수준의 화학이 담겨 있어 예습용으로도 좋을 것 같고, 나중에 대학 가서도 꼭 한번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Nyajj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