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책

[독후감] 과학철학이란 무엇인가?

냐쨩 2019. 5. 24. 22:13

책 제목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지은이 장하석
출판사 지식플러스

과학철학이란 무엇인가?

-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를 읽고

 

과학철학. 평상시 자주 쓰이는 단어가 아니므로 생소한 단어로 다가왔다. ‘철학이라고 하니, 예전에 어디선가 모든 학문의 기원은 철학이다.’ 라고 들었던 것이 생각났다. 솔직히 말하자면,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라는 책을 읽기 이전에 Youtube에서 우연히 EBS 강연을 본 기억이 있다. 물론 모두 보지는 못했다. 그래서 더욱이 과학철학이 무엇인가에 대해 의문점이 생겼고, 이것이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라 볼 수 있겠다.

앞 서문에서부터 저자 장하석은 과학과 철학은 만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학과 철학이 무슨 관련이 있기에 만나야 한다고 주장을 하고 있을까? 과학철학에서는 과학지식의 본질을 철학적으로 생각해보고, 또 과학적 문제들을 과학자들이 스스로 보는 것과 조금 다른 여러 가지 시각으로 조명해 보기도 한다고 기술되어 있다. 과학지식의 본질을 철학적으로 생각해보고, 다른 관점에서 조명해 본다는 것만 들어도 벌써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이 문구를 본 후 나는 나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어떠한 이론을 배웠을 때 그저 그 이론에 대해 습득만 할 뿐이지, 그 이론을 다른 관점에서 본 적 있는가? 과거를 돌이켜 보면, 그저 그 어떠한 이론은 정확한 실험을 통해 나온 것이며, 모든 과학자가 그것을 믿고 있으므로 나 또한 그 믿음을 가지고 이론이 정확하다고 생각하여 습득할 뿐이었다. 물론 내가 그동안 배워왔던 이론들은 오래되고, 이미 그 이론이 정확하다는 실험결과가 많이 나왔지만 말이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만약 그 이론이 잘못되었다고 한들 그 누가 알겠는가? 그래서 과학철학이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크게 1(과학지식의 본질을 찾아서), 2(과학철학에 실천적 감각 더하기), 3(과학지식의 풍성한 창조)로 나뉘어 있다. 그리고 더욱 세분화하여 1부는 1장부터 6장까지, 2부는 7장부터 10장까지, 3부는 11장부터 12장까지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1장에서는 과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설명하고 있다. 책에 의하면, 노벨 생리-의학상까지 탄 훌륭한 과학자인 메다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과학자에게 과학 방법론에 대해 물어보라. 아마 그는 엄숙하면서도 도피성을 띤 표정을 보일 것이다. 엄숙한 것은 자기가 의견을 표현해야겠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고, 그러나 사실 정리된 의견이 없다는 것을 어떻게 하면 감출 수 있을까를 궁리하느라 겸연쩍어지는 것이다.” 이 말은 즉, 과학을 정의하는 것은 힘들다는 것이다. 나 또한 과학을 정확히 정의 내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정의를 내린다 한들, 그 짧은 몇 줄짜리 정의가 과학을 말할 수 있겠는가? 과학을 정의 내린다는 자체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학을 모두 다르게 생각하는 것과 같이, ‘과학적이다라는 말도 분명히 개인마다 생각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두 명의 유명한 과학철학자를 뽑아 그 사람들은 어떻게 과학적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는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포퍼의 반증주의에 의하면 자신이 선호하는 이론도 거침없이 시험하며 관측과 어긋날 때는 단호히 폐기하는 것이 과학적 태도라고 생각하고 있다. 포퍼는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이론이 틀린 것으로 밝혀지면, 미련 없이 포기하겠다는 태도를 보고 이것이 진정한 과학적 태도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런 태도는 당연하다. 자신의 이론이 틀리면 가차 없이 그 이론이 틀리다는 것도 인정해야 진정한 과학자가 아니겠는가? 이러한 비판적인 사고를 하는 태도는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잘못된 이론이 아닌 제대로 된 이론으로 과학이 발전하여 더욱더 진보적인 사회가 되지 않겠는가?

쿤은 들어보지 못했어도, 패러다임이라는 단어는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쿤이 바로 패러다임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인물인데, 쿤은 과학의 본질을 기존 패러다임이 정해준 틀 안에서 퍼즐을 푸는 식의 연구를 하는 것이라 보았다. 그리고 그러한 활동을 정상과학이라고 일컬었다. 포퍼는 쿤의 정상과학 개념을 혐오했다고 한다. 나 또한 읽으면서 그 패러다임부터가 잘못되었다면 그것을 기본으로 하여 만들어진 이론들도 잘못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의문을 가졌다. 한편으로는 그 이론이 정말 정확하다면, 그것을 토대로 가지를 쳐나가는 것과 같이 발전해 나간다면 좀 더 수월하게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론에 대한 비판적인 사고 없이, 그 이론을 믿고 그것을 토대로 다른 이론들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내가 우려했던 바가 실제로 일어났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4장에 여러 사례를 열거하여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2장과 3장에서는 모든 이론적·실험적 지식을 의심케 하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나온다.

그 첫 번째로는 관측의 이론적재성이다. ‘관측의 이론적재성이란, 관측이 이론의 영향을 받는다는 과학철학계의 전문용어라고 한다. 관측의 이론적재성은 경험주의 인식론에 큰 문제를 제기한다. 쉬운 예로 뮐러-라이어 환상이 있다. 과학지식의 근본인 경험 또는 관측은 이렇게 쉽게 불가피할 정도로 인간적이다. 또한, 선입관이 지각 자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고, 똑같이 감지한 내용도 이론적 배경이 다른 사람은 서로 다르게 해석한다. 만약 관측을 믿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귀납의 문제는 관측에서 이론을 끌어내는 과정은 위험한 도박이다.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적인 이론을 유도하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원래 유럽에는 검은 백조가 없었다고 한다. 하얀 백조밖에 보지 못했기 때문에 하얀 백조만 본 경험을 바탕으로 모든 백조는 하얗다고 결론을 지었다고 한다. 그런데 네덜란드 출신 탐험가인 플라밍이 호주에서 검은 백조를 보았고, 그 사실을 알리자 믿지 않았다고 한다. 나중에 탐험대를 파견에서 검은 백조가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믿었지만 말이다. 이렇듯 귀납의 문제는 아주 위험한 도박이다.

두 번째로는 자연의 수량화이다. 자연을 어떻게 숫자로 표현했는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온도, 길이, 질량, 시간 등은 어떤 기준으로 나타냈는가? 또한, 그것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것인가? 단언컨대 자연을 수치로 표현해낸 것은 과학에서 손에 뽑히는 대단한 업적이라고 생각한다.

2장과 3장을 읽으면서 조금 당황했었다. 아무런 의심 없이 믿고 있던 과학적 상식을 뒤엎었으니 말이다.

1부에서 철학적 논의를 하면서 단편적인 과학사의 예를 들었다면, 2부에서는 여러 쉬운 과학사의 일화를 짤막한 예를 드는 수준을 넘어서 깊게 설명하고 있다. (과학적인 내용과 과학사가 담겨있어, 그 많은 내용을 정리하기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그 내용에 대해서는 따로 독후감에 기록하지 않겠다.) 2부에서는 그림설명이 잘되어 있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고, 역시나 이번에도 일반적으로 아는 과학적 상식을 비판적으로 재조명함으로써 다른 시선으로 볼 기회를 제공해 준 것 같아 재미있었다. 또한, 몇 가지 직접 해본 실험들도 나와서 반갑기도 하였다.

처음에는 다른 시선으로 보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었는데 책의 도움을 받아 다른 관점으로 생각하다 보니 어렵지 않았고, 당연시하던 것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다르게 생각하다 보니 재미있던 것 같기도 하다. EBS 강연이 너무 길어 끝까지 보지 못했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꼭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던 것을 뒤엎어버리는 아주 획기적인 책이라고 생각이 든다. 앞으로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다 보면 더 나은 이론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