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감상문] 총, 균 , 쇠 그리고 무지
총, 균 , 쇠 그리고 무지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제작한 <총 세균 그리고 강철 2. 정복 (2004)> 다큐멘터리는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책 총, 균, 쇠 를 기반으로 현대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의 뿌리는 무엇이며, 어떻게 스페인 군은 잉카 제국을 멸망시킬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다. 결론적으로 본 질문에 대해 저자는 환경 결정론 즉, 우연 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스페인은 우연히 좋은 지리적 위치에 놓여 총과 균 그리고 쇠의 문명을 빨리 발전시킬 수 있었고, 이것으로 쉽게 잉카 제국을 무너트렸다고 한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에는 반문의 여지가 없다. 더 좋은 환경에 놓일수록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스페인의 발달된 문명만이 잉카 제국을 무너트 렸다고 볼 수도 없다. 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당시 잉카 제국의 황제인 아타우알파의 무능함과 안일함도 한 몫을 한다. 아타우알파는 자신들과 사뭇 다른 모습을 한 스페인 정복군을 보고 인간보다 못한 존재라 생각했다고 전해진다. 실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군사력을 가진 무장상태의 군인들이었는데 말이다.
만약 아타우알파가 새로운 문명에 호기심을 가지고 비판적으로 바라보았다면 어땠을까? 아마 잉카 제국이 이토록 쉽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잉카 제국이 지리적 우연에 의해 스페인보다 덜 발전된 문명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천문학 기술과 체계화된 수도시설 등을 보면 적어도 미개한 민족은 아니었다. 또한, 연이은 전투에서 승리를 거뒀을뿐더러 8 만 대군의 군사력을 갖추고 있었다. 충분히 168 명의 스페인 정복군에 맞서 싸울 수 있었다는 뜻이다. 따라서 잉카 제국을 멸망의 길로 이끈 것은 지리적 우연에 따른 문명 발전 속도보다 호기심의 부재가 더 컸다고 본다.
호기심은 자신의 무지함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지혜는 호기심에서 나오며, 자신의 무지함을 아는 것이 곧 앎의 시작이다 라고 말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점점 더 자신의 무지함을 깨닫게 되고, 그럼으로써 지혜를 얻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타우알파의 행동을 보면 호기심이란 온데간데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처음 보는 광경에 대해 멸시하는 태도 로 일관하며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어쩌면 일종의 우월주의에 빠져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 조차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자신의 무지를 자각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한 호기심의 부재는 약 100 년 전통의 잉카 제국을 하루 아침에 멸망의 길로 들어서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타우알파와 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 자신의 무지함을 깨닫고 새로운 것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비판적 시각 이다. 선진 문물이라고 해서 무조건 정답이고 좋은 법은 없다. 우연 에 의해 주어진 환경도 다르고 생활 양식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 예시로 스페인과 잉카 제국의 은 채취 방식 이 있다. 스페인이 잉카 제국을 정복한 뒤에도 한동안 잉카 제국의 은 채취 기술을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스페인의 기술은 산소가 부족한 잉카의 고산 지대에서 고열을 일으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선진 문물이라고 무조건 우리에게 최적화 된 것은 아니므로 자신들에게 주어진 환경에 따라 비판적으로 판단 해야 한다.
이때, 무지의 자각은 선진 문물 수용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스페인과 같이 선진 문물을 가진 자에게도 무지를 자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앞서 말했듯이 환경에 따라 우리의 것이 타인에게 유용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정답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스로 무지를 자각함으로써 우월주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으며, 남에게 우리의 것을 무조건적으로 강요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스페인이 잉카 제국을 침략 할 정당한 이유가 없었음에도 강제로 정복하고 아타우알파에게 개종을 요구했던 것 또한 무지함의 결과라 볼 수 있다.
이처럼 서로에게 주어진 환경이 다르므로 자신의 문화를 타인에게 강요해서는 안되며, 타인의 것을 모두 수용 할 필요도 없다. 자신의 무지함을 자각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정도 자신을 낮추는 훈련 이 필요하고, 포용할 수 있는 넓은 마음가짐 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러한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현대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을 해소
할 수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불평등은 우연 에 의한 것뿐이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스스로 무지함을 인정하고 상부상조하는 관계를 지속한다면 우연한 불평등의 격차는 줄어들 것이고, 어느새 모두가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 갈수 있을 것이다.
글을 마치며 본 <총 세균 그리고 강철 2. 정복 (2004)> 영상은 환경 결정론 이외에도 많은 시사점을 내포하고 있 어 불평등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 같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우연 이라는 것에 우리의 운명을 맞기며 불평등에 대한 명쾌한 답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총, 균, 쇠가 현대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세월이 흘러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나의 지혜를 쌓 였 을 때 다시 본 작품을 마주하게 된다면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 참고문헌
[1] 내셔널지오그래픽 , 총 세균 그리고 강철 2. 정복 (2004)
[2] 김선월 , 무지의 지 , 위대한 사상가 소크라테스 (2017.11.24), 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kimrlat, (참고일 : 2020.10.31.)
[3] 김정빈 , 49. 소크라테스의 무지 無知 의 지 知 (2018.01.09), www.beopbo.com/news/articleView.html?i, (참고일 : 2020.10.31.)
[4] 나무 위키 , 잉카 제국 (2020.09.26), namu.wiki/w/%EC%9E%89%EC%B9%B4%20%EC%A0%9C%EA%B5%AD#s5, (참고일 : 2020.10.31.)